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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6 호 아직도 ‘산리오 키링’ 뽑는 걸 좋아하는 대학생이 있다?

  • 작성일 2024-03-07
  • 좋아요 Like 6
  • 조회수 2566
이선민

정기자 이선민 202115029@sangmyung.kr



  이 기사를 읽는 사람 중 누군가는 특정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산 경험이나 미디어 시청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나는 당연히 YES이다. 21세기에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키덜트’라고 한다. 키덜트 라는 단어, 어딘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키덜트 라는 단어는 ‘KID + ADULT’로 20, 30대의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 말이다.[1]  네이버에서 ‘키덜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2001년 12월 25일에 작성된 『‘어른의 동심’을 잡는다, ‘키덜트 마케팅’ 봇물』이라는 기사가 나온다. 해당 단어가 처음 세상에 빛을 봤을 땐, 긍정적이긴 보단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일명 피터팬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면서 어른이 된 현실을 피해 아이였던 과거에 머물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2] 한국에서도 역시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이면 어른답게”라며 나이에 맞는 행동거지와 언행을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회적 풍조가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현재 키덜트에 대한 인식은 과거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책임감 없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피터팬 증후군’과는 달리, 사회생활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로 해소하는 능동적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기업에서까지 이들의 기호와 소비성향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상황을 토대로, 이전과는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때의 아이들이 지금은 번듯한 한 명의 직장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 같다. 


‘ 이 글을 읽는 당신, 키덜트 인가요? 

  키덜트가 생겨난 배경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해 봤을 때 하나의 키워드로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추억은 매우 신기하다. 오랫동안 잊힌 일이라도 매개체를 보는 순간, 그 순간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쳐 간다. 그렇게 어른들은 그 순간의 기억으로 과거를 추억하며, 잊힌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때의 자기 모습을 추억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인형을 아직도 침대 머리맡에 두곤 한다. 모두가 아는 포켓몬스터에 피카츄 인형을. 부모님은 한 번씩 방에 들어오셔서 인형과 관련된 나의 옛 추억을 시작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며 어린 나의 모습과 현재의 간극을 메우려고 하신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시면서, 웃음을 짓고는 하신다.
 최근에도 ‘바닐라코’라는 화장품 브랜드와 ‘바비’가 콜라보를 통해 화장품을 출시했다. 매장에서 해당 화장품을 봤을 때, “우와 이거 예전에 나도 있던 인형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1990년대에 여자아이들에게 바비는 동경의 존재이자, 마트에 가면 부모님께 바비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게 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추억의 존재인 바비가 화장품, 패션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일명 ‘바비 코어’라고 한다. 바비 코어로 바비하면 생각나는 분홍색을 필두로 이후 구매 전환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소한, 다양한 요소들로 우리는 추억을 되돌아본다.[3]

또한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경제적 여력이 생긴 성인들은 당시에 구매하지 못했던 고가의 제품이나 한정판과 같은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멋진 어른이 되었다는 만족감과 대견함을 느끼고, 과시 심리 역시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어릴 때는 문방구 앞에 파는 500원짜리 뽑기가 일주일 치 용돈의 절반을 차지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지 못하고 떠난 적도 있다. 하지만 대학생인 나는 꾸준히 알바를 하고 있기에 현재의 나는 달라졌다. 요즘엔 산리오라는 캐릭터의 키링을 모으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무인 문방구 가게에 가서 2~3개씩 한 번에 구매한다. 물론 랜덤이기 때문에 항상 원하는 제품을 뽑을 수는 없지만, 어떠한 모양이 나올지 기대하면 뽑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 이러한 모습에서 일명 어른들의 flex, ‘무해한 소비’가 떠오른다. 어릴 때 사 먹기엔 비쌌던 특정 아이스크림을 그릇에 한가득 담아 먹을 수 있다. 이 모습은 키덜트가 아니더라도, 그 행동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키덜트는 단순히 장난감을 사는 것만 포함되지 않고 어른의 모습으로 어릴 적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과거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행동이 앞서 존재했음에도 왜 21세기인 지금, 키덜트라는 단어가 급부상하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전 세대의 이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예전엔 성인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것에 대해 유치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공부랑 관련 없는 물건을 구매해서 괜히 공부에 방해만 된다’라는 말, 한 번씩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 나이에 해야 하는 일인 공부, 대학, 취업이라는 과정 속에 적합한 무언가를 구매했어야 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추억이라는 상자에 넣어두고 열어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을 것 같다. 이랬던 성인들이 하나둘 부모가 되었고, 자신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자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루어졌기에 이러한 모습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하나쯤 본인의 안식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키덜트인 사람들은 여유가 생기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에 가서 구경하고, 또 소소한 구매를 통해 자신의 집에 모아둔 물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나도 내 서랍 속 키링을 보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장소로 생각해 보면 나만의 안식처는 할머니 댁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무작정 할머니 댁으로 도망가는데,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진 장소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만족감 및 성취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성인이 되어도 장난감과 같은 컬러링 북(coloring book), 레고, 프라모델 조립과 같은 활동들에 몰두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매하거나 활동을 하는 것은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 

물론 가끔은 당장 필요하지 않고 쓸모없는데 굳이 사야 할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 경우에 부모님은 항상 물건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렇기에 단순히 나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 구매한 것에 대해 과연 꼭 필요했던 물건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라고 하신다. 하지만 구매할 때마다 ‘쓸모’를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키덜트로서 우리가 구매하려는 목적을 저해시킨다고 생각한다. 그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쓸모’를 다한 것이다.  

단순한 놀이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자 대화의 창구로 구체화된 키덜트 현상, 지금도 단순히 유치하고 생산성 없는 대상으로 바라봐야 할까? 이제 키털트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꽤 큰 규모로 성장했다. 키덜트는 그 시대의 모습을 추억으로 연결하여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인데 아직 침대에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인형을 두고 자는 내가 이상해 보일까? 이 인형을 통해 우리 가족은 한층 대화가 길어지고, 추억에 웃음 짓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를 바라보는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자유롭게 내 추억을 꺼내서 언제나 편하게 위안받는, 그런 세상으로.


[1]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9275&cid=40942&categoryId=31630

[2]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81&cid=58345&categoryId=58345

[3] 양지호 기자, [기획] 패션·뷰티업계, 바비코어 열풍…“핑크의 매력”, , 현대경제신문, 23.07.26 https://www.fi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627






[참고 문헌]

1. 양지호 기자, [기획] 패션·뷰티업계, 바비코어 열풍…“핑크의 매력”, , 현대경제신문, 23.07.26 https://www.fi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627

2.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9275&cid=40942&categoryId=31630

3.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81&cid=58345&categoryId=58345

4. 박소예 기자, 귀여운 거 아이만 좋아하는 거 아니었네...아기자기 서울 키덜트 명소, 23.11.29, https://www.mk.co.kr/news/culture/10886275

5. 이별님 기자, "어른스러움은 누가 정하나"...키덜트, 3040 사로잡다, 뉴스포스트, 23.11.22,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12730

6. 이상훈 기자, 인형 꾸미기에 빠진 키덜트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UPI 뉴스, 23.05.04,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305040005

7. 이유진 기자,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유통업계 '키덜트' 열풍, 국제신문, 23.02.14,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230214.99099003977

8. [광고]'어른의 동심' 잡는다…'키덜트 마케팅' 봇물, 동아일보, 01.12.2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0105344?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