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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19 호 교재를 PDF로 공유하면 왜 문제가 될까

  • 작성일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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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997
김상범

교재를 PDF로 공유하면 왜 문제가 될까


▲ 한국저작권보호원 불법 스캔 방지 포스터


  지난 4월 11일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대학교재 불법복제 근절 관련 협조 요청 안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이 있다. 바로 대학 교재 저작권을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교무처 학사운영팀은 ‘대학 내 불법복제물 제작 및 유통과 같은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 요청을 안내하오니 참고바란다’며 구체적인 협조 요청사항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대학의 방향이 점차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교재 또한 PDF의 형태로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해져 이러한 저작권법의 저촉이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우리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만을 보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경각심 없이 PDF를 거래하는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재 PDF 파일 거래 현장. (출처: 상명대 서울캠 에브리타임)


  ‘PDF 교재’는 주로 이미 구매된 실물 교재를 스캔하여 PDF 파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재생산과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보니 비교적 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탓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에게 꽤 큰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태블릿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이유도 PDF 파일 이용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데 있어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회적 추세와 더불어, 여러 권의 책으로 무거워진 가방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에브리타임에서는 특히나 1학년 때 수강하는 필수 교양과목인 ‘English for academic purposes’와 ‘사고와 표현’ 교과목에 대한 거래 글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사고와표현’ 과목의 경우, “우리 학교 교수님들이 직접 집필한 교재이기에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따로 거래를 지양해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이미 PDF 파일로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 전영옥 교수님의 <사고와표현> 교과목 메시지. (출처: 상명대 서울캠 에브리타임)


  이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 전반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출판물산업진흥원과 함께 중고 거래 사이트 및 온라인 커뮤니티 4개 업체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PDF 파일 불법 거래 게시물 총 342건을 확인했다. 이러한 게시물 외에도 교재를 파일로 제작해 주는 온라인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개인적인 불법 거래를 넘어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PDF 교재, 문제의 이유와 저작권법


  그렇다면 PDF 교재는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저작권법’과 큰 연관이 있다. 해당 현행법상, 타인의 저작물에 해당하는 교재를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복제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돈을 받고 판매하는 ‘영리’ 목적의 공중송신(전송)이 문제가 된다고 여겨진다. 이 과정에 적용되는 항목이 ‘최초 판매의 원칙’이다. ‘최초 판매의 원칙’이란 저작권자가 첫 판매의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재판매를 막을 권한은 없다는 규정을 말한다. 이 원칙을 PDF 교재 거래의 경우에 적용하면, 교재를 구매하여 중고로 거래하는 것과는 다르게 본 거래는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불법복제물을 판매하는 글 자체가 곧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보로 간주하여 저작권 보호원의 시정 권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시정 권고’이다. 시정은 법적으로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일종의 권고 사항이라는 한계점을 가진다. PDF 거래는 엄연한 불법 행위로서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처벌이 없이 이러한 계도가 대학가에 정착될지는 다소 의문점이 있다. 하지만 PDF 교재 거래의 대상이 ‘대학생’이라는 학생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벌대상이다.(저작권법 제136조) 그러나 아직까지 PDF 교재 거래 현장이 발각되었을 시 원 게시글 삭제 조치 외에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PDF 교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PDF 교재는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수단이다. 교재 위에 직접 펜으로 필기하는 것보다 다루기 용이하고, 여차하면 출력을 통해 실물 종이로 공부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학기에 평균적으로 5~6과목 정도를 수강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모든 강의에 교재를 준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인이 복제한 PDF 교재를 구매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은 우리 모두가 암암리에 알고 있는 사실이다. PDF로 된 교재가 필요하다면, 남에게 교재를 살 것이 아니라 본 교재를 제 돈을 주고 구매하여 따로 복제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다. 지혜로운 우리 학교 학우들은 PDF 교재 거래를 근절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교재를 구매하여 사용하길 권장한다.



김상범 기자, 이채윤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