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0 호 [책으로 세상 보기] 가장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아
가장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아
누군가 내게 모자를 보여준다면 나는 보아 뱀이 코끼리를 잡아먹은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마, 나는 그런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이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 사회는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그 생각은 고정적이기 때문에 내게 모자는 그저 모자일 뿐 보아 뱀이라는 대답은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세상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책 속에서 어른들에게 어린왕자가 그림을 보여주며 무섭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무섭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급급했고, 어린왕자는 보아 뱀의 뱃속에 코끼리가 있는 모습을 그려 보여주고 보아 뱀이 코끼리를 잡아먹은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춰라,’ ‘가서 공부나 해라.’ 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그래서 나는 여섯 살 때 훌륭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린왕자와 우리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 말에 말대꾸하면 안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말대꾸의 기준은 무엇이고, 왜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사실 나는 말대꾸의 기준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 타인이 듣기에는 말대꾸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 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말대꾸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서 말을 아낄 것을 강요받아온 것일까? 말이란 본디 생각과 여러 추론 과정을 통해 나오는 산물 중의 하나가 아닐까. 말을 아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을 멈추고 주어진 사고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사회를 구성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어린왕자도 결국 어른들의 사고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림과 다른 것이 아닌 틀리다는 이유로 비난한 결과 한 아이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을 벗어난 우리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까지 어른들은 ‘사’가 들어가는 직업을 좋아하고,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하면 대통령과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옛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사회의 발전에 따라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들의 꿈이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의 꿈이 변화한 것에 결코 어른들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른들의 입김에 의해 입맛에 맞추어진 꿈을 가진 아이들을 사회의 꿈과 미래라고 하는 것 역시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모습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어른들의 꿈과 미래라는 의미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사회와 어른들에게 지친 어린 왕자는 정말 ‘어린’ 왕자로 남기로 한 것이 아닐까. 자,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어른’ 왕자로 남을 것인가. ‘어린’ 왕자로 남을 것 인가.
엄유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