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비교과 우수 후기 공모전(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
- 작성자 정희도
- 작성일 2019-02-14
- 조회수 3521
눈물로 빚은 은메달
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올해 들어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 중 3, 4회에 참가한 나는 상명 프레젠테이션 역사의 반을 함께 한 셈이다. 그 2년의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계당교양교육원 의사소통 능력 개발 센터에서 진행되는 발표식 대회이다. 올해 들어 4회차를 맞이하였으며, 매 년 시행되고 있다. 이 대회는 사회와 소통하는 전문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고,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창의적 접근 및 문제해결 능력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정리하면,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 중점을 둔 행사이다. 그렇기에 평가 기준 역시 ‘ppt를 활용하여 대중과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였는가?’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가 제 3회 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이하 상프)를 참가한 계기는 단순했다. 사대 화장실 앞에 붙은 홍보 포스터. 그 하나가 다였다. 포스터를 보고 흥미를 느꼈고, 그 후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팀을 만들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나는 이 신청이 나에게 어떤 과정과 결과를 가져다줄지 모르고 있었다. 대회는 크게 예선과 본선으로 진행되었다. 예선은 3분짜리 영상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고 그 파일을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방식이었다. 이 예선에 통과한 팀들이 본선에 진출하였으며, 이들끼리 같은 주제로 ppt 발표를 하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평가하여 승자를 가렸다. 예선부터 난제였다. 농담 없이 진짜 영상을 15번은 찍은 것 같다. 모든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도 내가 발표하는 모습을 녹화해 본 적이 없었던 게 문제였는지 말이나 제스처, 시선, 표정 모든 게 어색하고 엉성했다. 제한시간(3분)에 맞추는 것도 고역이었다. 결국 우리 팀은 예상했던 시간을 한참 넘어 마감 직전에 예선 영상을 간신히 제출했다. 제출을 마치고 화면 너머로 보이는 내 부족한 부분에 괜스레 서러워 울음도 났다. 얼마 뒤에 있던 본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업 중의 발표는 여러 번 해 봤지만 내 프레젠테이션이 점수 매겨지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떨리고 불안한 마음에 발음도 틀리고, 모션도 틀리고,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진 운이었던 것 같다. 1학년이라는 신선함과 발표 형식의 새로움 덕분에 우리 팀은 인기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첫 시도에 되게 높은 성취를 이뤘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 수상이 요행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발표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상이 마냥 달지만은 않았다.
제 4회 상프는 이전의 3회와는 달랐다.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더 발전한 나를 만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심지어 본선 프레젠테이션 시간도 10분으로 늘어나 준비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아졌다. 이번 상프 역시 과 동기와 팀으로 참가했다. 일 년의 학교생활로 내 자신이 많이 성장했을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달라진 게 없었다. 영상속의 나는 여전히 모든 게 엉성한 실수투성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이 팀을 꾸렸던 친구와의 의견차이로 크게 다투어 마음고생도 심했다. 작년보다 더 나아진 나를 만나고 싶어서 참가했던 거였는데 내가 일 년 사이에 고작 이것밖에 못 이루었나 하는 한탄이 몰려왔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작년과 차이가 있다면 문제점을 인식하고 꾸준히 해결방안을 찾아 나갔다는 점이었다. 친구와의 의견차이도 꾸준히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했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더 나은 발표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어찌저찌 본선 날은 다가와 모두의 앞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이번 4회 상프 주제는 ‘’자신의 전공 분야 및 진로와 연관된 2040년 미래사회의 모습은?‘ 이었는데 우리 팀은 ’혼합현실을 활용한 2040년의 화법교육 – 체험형 화법교실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준비했다. 평가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의 호응을 최대로 유도하기 위해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삽입하여 발표를 준비했다. 2040년의 화법교육은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 이교사와 박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했고, 혼합현실이 무엇인지, 미래의 화법교육에 어떻게 적용 될 것인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다 보니 벌써 발표가 막바지에 와 있었다. 결론과 의의를 설명한 후 우리 발표를 마쳤고, 마무리 멘트를 하고 박수를 받고 자리로 들어갔다.
결과는 작년과 같았다. 인기상과 우수상. 결과만 놓고 보자면 발전이 없는 셈이다. 수상한 내역이 작년 3회와 100% 똑같으니 말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성적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서러웠다. 작년보다 올해 훨씬 열심히, 공들여 준비했는데 같은 결과라니. 서러웠다. 우수상에 호명되고 상을 받으러 나가 기념촬영을 하는 그 모든 순간에 울컥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내 방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 나는 결국 평생 은메달이구나 하는 좌절감이 너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이 글을 적으며 작년과 올해를 돌아보니 내가 발전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내 발전의 수준보다 내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을 뿐, 나는 작년에 비해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고, 내가 준비한 것들을 완벽은 아니지만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 ppt를 다듬는 법도 터득했고, 남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처리하는 법, 손을 활용하는 법, 더 나아가서 같은 팀 멤버와 협력하는 의사소통까지 배운 것이다. 나는 상프를 통해 발전했다. 이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우연히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그 다음 발전을 위해 다시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얻어 낼 수 없는 결과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 눈물로 빚은 은메달이 그 어떤 금메달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