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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1 호 MBTI식 문제풀이

  • 작성일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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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939
임지혁

MBTI 검사는 자신에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선우 편집장 (fhfgdvd96@naver.com)



MBTI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대판 혈액형이라는 평에서부터 유용한 인사관리 자료라는 평까지 다양하지만 정작 MBTI가 어떤 원리와 이유로 쓰이는지 관심을 두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MBTI의 활용과 관련된 정보들은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다. 만약 MBTI의 정체를 모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남용과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MBTI의 원리와 어떤 이유로 활용되고 쓰이는지를 알아보아 인터넷에 확산된 MBTI 관련 정보들의 오류와 MBTI의 남용을 확인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MBTI와 같은 성격유형검사를 어디까지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시작에서 비롯된 한계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이다. 캐서린 브릭스와 그녀의 딸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1942년에 같이 개발한 성격검사이다. 카를 융(Carl Gustav Jung)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검사법인데 여기서 융의 심리 유형론을 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융의 심리 유형론은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릴 때 각자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융은 사람의 심리를 2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였는데, 태도 유형과 기능유형이 그것이다. 여기서 태도 유형은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으로 구분하며 외부를 향하면 외향성, 내부를 향하면 내향성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그리고 기능 유형은 다시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으로 나누어서 인식할 때 감각과 직관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는지와 판단할 때 사고와 감정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는 지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은 각각 합리성의 유무로 구별되는데 합리적인 기능에는 사고와 감정이, 비합리적인 기능에는 감각과 직관이 해당된다. 융은 이렇게 여덟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 성격이 의식되지 않는 본능적 토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가설은 융이 1921년에 발표한 저서 ‘심리학적 유형’에 처음 등장한다. 위에서의 긴 설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융이 심리 유형을 구분한 기준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융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장에 기반을 둔 가설에 가까웠고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비록 융의 심리적 유형론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론은 현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동시에 본래의 이론들은 재검증을 거쳐 사장되거나 수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융의 심리 유형론을 기반으로 한 MBTI는 현대 심리학과는 거리가 멀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MBTI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심리유형검사법이다. 이렇게 한계가 분명한 MBTI가 세계적으로 폭넓게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계에서 비롯된 유행


MBTI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대학 등의 기관들에서 공식적으론 연간 약 200만 명 정도가 성격 유형을 검사받는 데 쓰이고 있다. MBTI는 다른 심리검사들에 비해 몇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로는 저렴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에는 비공식이지만 무료 검사도 많으며 공식적인 검사 비용도 다른 심리검사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이는 여러 기관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검사하기에 유리하다. 두 번째로는 과정이 간단하며 신속하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짧은 교육만으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MBTI의 확산에 큰 장점이 되었다. 세 번째로는 MBTI의 16가지 성격 유형이 모두 긍정적으로 설명되며 부정적인 면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서 짧게만 설명되기에 검사를 받은 당사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거나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이다. 사실 이점은 Big5와 같은 다른 심리 검사들에서도 나타나기에 MBTI만의 장점은 아니지만, MBTI를 포함한 심리검사 전반의 유행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MBTI의 확산에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그러나 여러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시행된 MBTI 검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비공식적인 검사법들로 왜곡되면서 심리검사에서 완전한 미신으로 변질되어갔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MBTI의 장점인 간단함과 신속함 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쉽게 공식적인 MBTI검사와 비슷해 보이는 검사법을 만들 수 있었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검사 결과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MBTI는 어떤 왜곡을 거쳐 남용되기 시작했을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MBTI의 16가지 성격 유형은 케이크 자르듯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유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각각의 유형 안에 완전히 포괄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자신의 성격유형이 INTP라면 그 성격 유형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이 본인에게 전부 나타나거나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또한, MBTI의 성격 유형구분은 모호하고 대략적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퍼진 내용처럼 구체적으로 특정 유형들을 설명하고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MBTI를 활용한 조언들은 실제 상황에서 부적합한 경우가 흔하다. 역시 예를 들자면 MBTI 유형을 통한 직업 적합성 판단은 마치 “특정 성격 유형에 속한 사람은 본인이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니 수학자가 되는 것이 좋다” 수준의 판단과 같다. 당연히 MBTI를 활용한 이성 간 궁합이나 자신의 성격유형에 적합한 애완동물을 선택하는 등의 MBTI 활용은 그 정확도를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해서 보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과 남을 그저 MBTI만으로 규정하여 선입견을 품게 될 위험은 본인이 MBTI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은 재미로 점을 보듯이 비공식적인 MBTI 검사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MBTI 성격유형에 집착한다면 어떠한 근거 때문이 아닌 본인이 그 결과를 믿고 싶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떠오른다. “MBTI를 비롯한 심리 검사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떤 성격유형 검사를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왜 심리 검사에 집착하는 것일까?” 



불안 속에 받아 든 풀이집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어느 시대보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우라면 자신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많이 느낄 것이다. 단순히 취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성장할수록 더욱더 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특히나 불안정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와 달리 점점 더 ‘자신의 선택’의 중요성을 교육받고 접해왔다. 문제는 자신을 알고 스스로 선택의 중요성은 계속 들어왔지만, 자신을 스스로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훈련은 거의 받지 못했고 그럴 기회도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거의 언제나 보편화된 과정을 따라 교육받고 남을 쫓아가는 것만 열심히 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직접 사회에 들어서게 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삶을 결정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안 그래도 불확실해 보이던 미래가 더 혼란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기관들에서 처음 접하는 심리 검사들은 간단하고 빠르며 직관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기에 MBTI를 비롯한 심리 검사에 빠져드는 계기가 된다. 특히 공립기관에서도 폭넓게 활용되는 MBTI 검사는 혈액형이나 점성술과 달리 ‘권위’를 가진 조금이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재미와 호기심에 국한되지 않고 진지하게 신뢰하는 지표로 MBTI를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우리는 심리검사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쉽게 신뢰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오다가 최근의 MBTI 유행을 맞이한 것이다. 

사실 심리검사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중에는 공인된 심리학자들에게도 인정받는 검사법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가 있다. 다만 이 검사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며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전문적이라 흔하게 시행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렵고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기에 MBTI처럼 유행으로 번지기는 어려웠다. 또한 임상에도 활용될 만큼 신뢰성을 보장받았지만 이 MMPI 마저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심리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자신이 직접 시행하는 심리검사의 특성상 시행자의 특성에 따라 왜곡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으며 애당초 검사 하나만으로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완전히 신뢰할 수준의 심리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심리검사도 어디까지나 참고 수준의 결과를 도출할 뿐이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들이 여러 기관에서 마치 시험처럼 시행되고 마치 성적이 매겨지듯이 자신의 성격유형이 정해지고 있는 것이 심리검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시험 성적에 의문을 품거나 자신의 실력을 다시 확인해 보는 것처럼 자신의 심리검사결과를 의심하고 돌이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비록 우리가 심리검사에 익숙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을 그저 풀리지 않는 문제로 치부하고 심리분석 결과라는 답만 보며 스스로를 풀이하는 태도는 마치 풀이만 보고 학습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