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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9 호 [책으로 세상보기] ‘우리’의 바깥에는

  • 작성일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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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519
김지현

차별의 언어| 장한업 | 아날로그(글담) | 2018.10.01


  한국인은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아빠. 하루에도 몇 번씩 입 밖으로 나오는 익숙한 말들이다. 한국인에게는 일상인 이런 말들이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어로는 ‘우리 집’을 ‘나의 집’, ‘ma maison’이라 하고 영어로는 ‘우리 엄마’를 ‘my mother’라고 한다. ‘우리 아내’, ‘우리 남편’ 등을 영어로 옮겨보면 더욱 이상함을 느낄 수 있다. ‘our husband’, ‘our wife’, 일처다부제, 일부다처제에서나 쓸 법한 말들이라 혹시 해외에서 이런 말을 쓴다면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런 ‘우리’를 이 책에서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우리’를 ‘울타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울타리는 관계 측면에서 속한 집단을 둘러싸 과하면 다른 집단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척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우리 밖에는 누가 있을까? 크게는 다른 나라 사람부터 나와 다른 계급, 나와 다른 성별, 나와 다른 학교, 나와 다른 학과, 학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집단이라는 이유로 관심 범위에서 멀어지고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이 책에서는 이들 중 나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보면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을 차별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인종을 향한 인종차별, 거친 욕설 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언어에 담겨있는 선입견, 차별을 지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민족’이라는 말, 과연 이 말의 기준이 혈통인지를 우리 사회에 모습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다문화 가족’이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져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 다른 국가의 시야도 함께 제시해주어서 읽고 비교하면서 ‘이런 생각이 꼭 정답은 아니었구나.’를 느낄 수 있다. 


  ‘다문화’, ‘세계화’. 이제는 익숙한 말이다. 한국인 누군가가 해외에서 크게 유명해졌다는 말도 자랑스러움에 가슴 뛰기는 하지만, 새롭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때일수록 새로움을 추구하고 나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게는 익숙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을 괴로움일 수도 있다. 혹자는 최근 사회가 너무 불편한 시선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과한 이야기일 수 있고 어떤 이야기는 거짓이나 비방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요한 사회보다 서로 문제를 던지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외된 이들을 알리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외침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이들 하나하나가 켜켜이 쌓여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과한 말이나 상대를 비방하는 말 등은 삼갈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명 함께 살아가지만, 우리의 ‘우리’와 떨어져 관심에서 벗어난 다문화를 재조명하고 또 이들을 ‘우리’ 안으로 들여오기 위해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학우들도 이 책을 읽으며 고인 물에 돌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현 기자